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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증 편향(Confirmation Bias): 내 촉이 맞았을 때만 기억하고 틀린 건 잊는다

확증 편향이란 무엇인가

어떤 결정을 내리거나 사람을 평가할 때, 우리는 종종 자신의 기존 믿음과 일치하는 정보만을 선택적으로 찾고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반면, 그 믿음과 배치되는 증거는 무의식적으로 외면하거나 쉽게 잊어버리죠. 이렇게 자신의 생각을 지지하는 증거만을 수집하고 강화하는 인지적 편향을 ‘확증 편향’이라고 부릅니다. 마치 세상에 빨간색 자동차만 유독 눈에 띄는 것처럼, 우리의 마음도 이미 정해놓은 결론에 맞는 단서들만 더 선명하게 포착합니다.

이 현상은 단순히 정보를 선별하는 수준을 넘어, 우리의 판단과 결정 전체에 깊은 영향을 미칩니다. 예를 들어, 특정 브랜드의 휴대폰이 좋다고 믿은 사람은 그 제품의 장점을 강조하는 리뷰만 주의 깊게 읽게 됩니다. 반면 성능 문제를 지적하는 글은 스크롤을 빨리 내리거나 ‘이건 예외적인 사례겠지’라고 생각하며 지나치기 쉽습니다. 우리의 믿음은 이런 식으로 스스로에게 지속적으로 영양분을 공급받으며 더욱 굳어져 갑니다.

일상 속에서 발견하는 확증 편향의 모습

주식 투자를 해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 경험해봤을 법한 장면입니다. 매수한 종목에 대해 호재 소식이 들려오면 “역시 내 판단이 맞았어!”라며 만족합니다. 한편 같은 종목의 부정적 뉴스가 뜨면, 일단은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거나 “잠시 조정장일 뿐이야”라고 자기 합리화를 하게 되죠. 이는 손실을 인정하는 것이 심리적으로 불편하기 때문이기도 그럼에도, 자신의 초기 선택이 옳았다는 믿음을 유지하려는 강력한 욕구에서 비롯됩니다.

인간관계에서도 이 편향은 뚜렷이 드러납니다. 첫인상에서 ‘좀 계산적인 사람이다’라는 생각을 했다면, 그 후 그 사람의 행동 대부분을 그런 프레임으로 해석하게 됩니다. 친절한 행동도 ‘뭔가 꿍꿍이가 있나 보다’라고 의심하게 만들고, 실수 하나도 ‘역시 그렇지’라는 확인으로 이어집니다. 반대로 호감이 가는 사람의 단점은 애교로 보이거나 쉽게 넘어가게 되죠. 우리는 알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믿고 있는 것을 확인받기 위해 주변을 바라봅니다.

왜 우리는 확증 편향에 빠지게 될까

확증 편향은 단순히 성급한 판단의 문제가 아닙니다. 이는 우리 뇌가 복잡한 세상을 처리하는 데 사용하는 효율적이지만 때로는 오류를 일으키는 ‘심리적 절차’의 일부입니다. 모든 정보를 공정하게 검토하고 분석하는 것은 엄청난 인지적 자원을 소모합니다. 따라서 뇌는 에너지를 절약하기 위해 빠른 길을 택합니다. 이미 형성된 신념이나 가설을 기반으로 정보를 필터링하는 것이, 매번 백지 상태에서 시작하는 것보다 훨씬 경제적이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자신의 신념이 틀릴 수 있다는 가능성을 끊임없이 검증하는 것은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상태를 만듭니다. 우리는 일관성과 확신을 통해 세상을 예측 가능하게 만들고 안정감을 얻습니다. 따라서 기존 믿음과 충돌하는 정보는 불쾌감이나 인지적 부조화를 유발하며, 우리는 본능적으로 이를 피하거나 축소하려고 합니다. 이는 마치 면역 체계가 외부 물질을 배제하듯. 우리의 사고 체계도 자신을 위협하는 정보를 걸러내는 방어 메커니즘으로 작동하는 셈입니다.

디지털 시대, 확증 편향이 강화되는 순간들

소셜 미디어와 알고리즘 추천은 확증 편향에 날개를 달아주었습니다. 우리가 한 번이라도 특정 정치적 견해나 주제에 관심을 표시하면, 플랫폼은 비슷한 관점의 콘텐츠를 끝없이 흘려보냅니다. 그래서 우리는 자신의 생각을 지지하는 목소리로만 채워진 정보의 울타리 안에 갇히게 됩니다. 이를 ‘에코 챔버(메아리 방)’ 현상이라고 부르죠. 반대 의견은 자연스럽게 눈에 띄지 않게 되고, 우리의 신념은 그 안에서 더욱 확고해지며 극단화될 위험도 있습니다.

온라인 커뮤니티나 특정 관심사 모임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발견됩니다. 자신의 투자 전략을 논의하는 방에서 부정적인 의견은 쉽게 묻히거나 논쟁의 대상이 됩니다, 모두가 비슷한 관점을 공유하는 공간에서는 다른 시각이 오히려 불편한 소음으로 여겨지기도 하죠. 이는 자연스럽게 집단 내의 동의를 강화하고, 외부 정보에 대한 회의론을 키우는 결과로 이어집니다. 우리는 점점 더 자신이 원하는 정보만을 소비하는 사이클에 깊이 빠져들게 됩니다.

확증 편향이 초래할 수 있는 문제점

가장 명확한 문제는 오판과 잘못된 결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사업, 투자, 인사 등 중요한 판단이 필요한 순간에 편향된 정보 수집은 치명적인 실패를 부를 수 있습니다. 모든 증거를 균형 있게 검토하지 못하면 위험 신호를 간과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예상치 못한 손실을 맞이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는 개인의 금전적 손실을 넘어, 조직 전체의 방향성을 잘못 이끌 수도 있는 중대한 요소입니다.

또한, 이 편향은 사회적 양극화와 갈등을 심화시키는 원인이 됩니다. 서로 다른 입장에 있는 사람들은 각자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정보만을 접하게 되고, 상대방의 근거나 상황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게 됩니다. 대화와 타협의 통로가 막히면서, 논쟁은 사실을 확인하는 과정이 아니라 자신의 편을 지키는 싸움으로 변질됩니다. 이는 건강한 사회적 논의를 가로막고, 공동체의 균열을 깊게 만듭니다.

개인적 성장의 측면에서도 확증 편향은 걸림돌이 됩니다. 자신의 능력이나 방법론에 대한 과신은 새로운 지식 습득과 자기 반성을 차단합니다. 실패의 원인을 외부에서만 찾고 자신의 전략은 옳았다고 고수하는 태도는 동일한 실수를 반복하게 만들죠. 학습과 발전은 기존 지식의 틀을 깨고 불편한 진실을 마주할 때 비로소 가능합니다. 확증 편향은 이 중요한 과정의 문을 닫아버립니다.

‘내 촉이 맞았을 때만 기억한다’는 심리

제목에서 언급된 ‘내 촉이 맞았을 때만 기억한다’는 현상은 확증 편향의 매우 구체적인 예시입니다. 점을 치거나 운세를 본 후, 그 예언과 조금이라도 맞아떨어지는 일이 생기면 강렬하게 기억합니다. 예를 들어, “곧 재물운이 들어올 것”이라는 말을 듣고 며칠 후에 길에서 동전을 주웠다면, 그 사소한 일과 예언을 연결 지으며 “역시 맞았구나!”라고 느낍니다.

하지만 그 예언이 틀린 경우는 쉽게 잊어버리거나, “아직 때가 아닌가 보다”라고 해석하며 기억에서 희미해지게 됩니다. 이는 예언 자체가 모호하고 해석이 개방적이기 때문에 더욱 쉽게 발생합니다. 우리의 뇌는 우연의 일치를 인과관계로 오인하며, 자신의 예측이나 믿음을 확인시켜주는 사건들에 선택적으로 주의를 기울이도록 프로그래밍되어 있는 것입니다. 투자에서도 ‘촉’으로 매수한 주폭이 오르면 자신을 금융 천재로 생각하지만, 떨어진 수많은 ‘촉’은 기억에서 사라집니다.

확증 편향을 줄이기 위한 실천 방법

AI 예측 시스템 개념도. 뇌를 가진 인간 머리 프로필에서 예측 결과들(체크마크, 타겟, 물음표 아이콘)이 쏟아져 나오며, 성공과 실패한 예측을 시각화

첫 번째 방법은 적극적으로 반대 증거를 찾아보는 습관입니다. 자신의 주장이나 믿음이 맞다고 생각할 때, 일부러 “내가 틀릴 수 있다는 증거는 무엇일까?”라고 스스로 질문해 보세요. 투자라면 매수하려는 종목의 단점을 열거한 리포트를 찾아보고, 인간관계라면 그 사람의 좋은 점을 일부러 떠올려 보는 연습이 도움이 됩니다. 이는 인지적 편향을 의식적으로 보정하는 ‘고의적 연습’과 같습니다.

의사결정 과정을 체계화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중요한 결정을 내리기 전, 지지하는 근거와 반대하는 근거를 종이에 양쪽으로 나열해 보세요. 각 근거의 신뢰도와 중요도에 점수를 매겨 보는 것도 객관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또한, 자신과 다른 관점을 가진 신뢰할 만한 사람에게 의견을 구하는 것은 내가 보지 못한 맹점을 발견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입니다. 그들의 비판을 방어하려 들지 말고, 경청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정보 소비 습관부터 바꾸기

뉴스나 정보를 얻을 때, 항상 자신이 선호하는 매체나 채널만 고집하지 말고, 의도적으로 다른 스펙트럼의 출처를 섭취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알고리즘에 길들여진 피드보다는, 다양한 주제와 견해가 공존하는 올드미디어식 웹사이트나 팟캐스트를 찾아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정보의 식단을 다양화하는 것이죠.

온라인 토론에 참여할 때도, 상대방의 주장을 일단 이해하려 노력하는 ‘선 이해, 후 반박’의 태도를 취해 보세요. 상대의 논리를 요약해 말해 보면서 “제가 맞게 이해한 건가요?”라고 확인하는 과정 자체가 감정적 대립을 낮추고, 자신의 편향을 드러내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나와 다른 의견은 나를 공격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본 세상의 한 단면일 뿐임을 인정하는 것이 출발점입니다.

더 나은 판단을 위한 출발점

확증 편향은 인간 사고의 본질적인 한 부분이므로 완전히 제거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러나 그 존재를 인지하고, 그것이 우리의 판단에 어떻게 개입하는지 지속적으로 의심해 보는 것만으로도 큰 차이를 만들 수 있습니다. 목표는 완벽한 객관성이 아니라, 조금 더 열리고 균형 잡힌 사고 방식에 가까워지는 것입니다. 우리의 믿음은 검증을 거쳐야 할 가설일 뿐, 변경 불가능한 진리가 아니라는 마음가짐이 필요합니다.

자신이 ‘촉이 맞았다’고 느낄 때면, 한 발 물러서서 그 성공 뒤에 가려진 수많은 ‘촉이 틀렸던’ 순간들은 없었는지 돌아보는 여유를 가져보세요. 실패와 불일치의 기록은 성공의 기록보다 훨씬 값진 학습 자료가 될 수 있습니다. 디지털 공간과 현실 모두에서 우리를 둘러싼 정보의 흐름은 거대합니다. 그 안에서 확증의 편안함에만 머물지 않고, 불확실성과 불일치를 용기 있게 마주하는 태도가 결국 더 현명한 선택과 깊은 이해로 우리를 이끌 것입니다.